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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심을 버리는 게 가장 힘들었어요"
경영학도가 지옥을 만드는 법 — 어반오아시스 지상우 대표와 <HellPunk: Purgatorium>

"욕심을 버리는 게 가장 힘들었어요"
경영학도가 지옥을 만드는 법 — 어반오아시스 지상우 대표와 <HellPunk: Purgatorium>

별내역에서 도보로 10분. 봄볕이 퍼진 오후, 개천을 따라 걸었습니다. 수변 산책로 너머로 아파트 단지와 공사 중인 크레인이 겹쳐 보였어요. 구리 갈매지구. 이제 막 도시가 완성되어 가는 풍경이었습니다.
경기창업혁신공간 이루다 북동부권(구리). 어반오아시스의 사무실은 D동 412호에 있습니다. 로비 벽면에는 입주 스타트업 수십 곳의 로고가 붙어 있었어요. 그 가운데 '어반오아시스' 여섯 글자가 있었습니다.

지상우 대표님은 경영학과를 나왔습니다. 경영 컨설팅 인턴도 했고, 학회 활동까지 했죠. 게임 관련 경력은 제로. 그런 사람이 지금, 지옥을 배경으로 한 고어 액션 로그라이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저는 정규 과정을 밟지 않았어요. 특채처럼 부딪혀가면서 게임을 만들고 있는 거죠."

경영 컨설팅 학회에서 게임 동아리로
대학교 4학년이었습니다. 경영 컨설팅 학회를 나왔는데, 남은 건 "이건 내 적성이 아니다"라는 확신뿐이었다고 해요.
"마지막 기회일 수 있지 않을까. 진짜로 내가 하고 싶은 거를 해보자."
꾸준히 좋아해 온 건 게임이었습니다. 게임 기획 학원에서 상담을 받아봤지만, 게임사 취업을 위한 문서 작성 스킬을 가르치는 곳이더라고요. "내 게임을 만들고 싶다"는 목표와는 맞지 않았습니다. 학원은 가지 않았어요.
대신 학교 동아리에서 만난 친구들과 첫 게임을 만들었습니다. 편의점에서 야간 알바를 하는 주인공이 점점 공포스러운 상황을 만나는 1인칭 호러 게임. 시나리오도 거의 완성됐고, 3D 아트도 상당 부분 만들어졌어요. 진행률 50%.
그런데 외국인이었던 팀장이 자기 나라로 돌아가면서 팀을 유지하기 어려워졌어요.
"기회가 되면 다시 만들고 싶기는 해요. 그 친구가 다시 하자고 하면 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지상우 대표님은 새로운 팀원을 모았습니다. 개발자 2명, 아트 1명. 전원 본격적인 게임 개발이 이번이 처음인 사람들이었어요. 그렇게 시작한 것이 <HellPunk: Purgatorium>입니다. 2026년 11월 출시가 목표예요.

재밌는 건 대표님의 취향입니다. 고어 액션 게임을 만드는 분이니 하드코어 게이머일 거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서브컬처 장르를 폭넓게 즐긴다고 합니다. 니케, 브라운더스트 2, 학원 아이돌 마스터, 젠레스 존 제로까지. 아이돌 마스터는 시리즈를 거의 다 해봤다고 해요.
한편으로는 슬래셔 영화와 바디 호러를 좋아합니다. 쏘우 시리즈가 나오면 극장에 가고, 프랑켄슈타인의 군대 같은 B급 영화도 찾아봐요. "기괴하고 그로테스크한 걸 좋아해서 게임 내 몬스터 디자인에도 반영하고 있다"고 합니다.
서브컬처 덕후이면서 동시에 고어 마니아. 이 조합이 <HellPunk: Purgatorium>의 캐릭터 디자인과 잔혹한 처형 연출을 만들어내고 있는 셈이죠.
지옥 + 스팀펑크 = HellPunk
<HellPunk: Purgatorium>를 한 문장으로 표현해달라고 하자 대표님은 막힘 없이 답했습니다.
"둠 같은 잔혹한 액션과 하데스 같은 로그라이트, 데드셀 같은 그래픽이 합쳐진 게임이에요."

배경은 지옥입니다. 주인공은 전직 특수부대 출신으로, 기억을 잃고 눈을 뜬 곳이 지옥의 탑이에요. 이 탑을 올라가며 악마를 처형하는 것이 기본 루프죠.
흥미로운 건 'HellPunk'라는 이름의 유래입니다. 원래 이 게임은 스팀펑크 배경이었어요. "지옥에서는 뭐가 발달했을까?"를 고민했더니, 열이 많고 에너지가 넘치니 증기기관이 발달했을 거라는 결론이 나왔다고 합니다. 그래서 'Hell(지옥)' + 'Steampunk'. 지금은 스팀펑크 설정이 빠졌지만, 핵심 시스템인 '기어 그리드'가 그 시절의 흔적 기관으로 남아 있습니다.
"아무도 '지옥에서 왜 기어가 떨어지지?'라는 의문을 안 품어서 그냥 이대로 가자 했어요." (웃음)
게임의 와우 포인트는 처형 시스템이에요. 둠의 글로리 킬에서 영감을 받았습니다. 적이 일정 확률로 그로기 상태에 빠지면 다가가서 처형 연출을 발동시키는 거죠.
"가던 길을 멈추고 자리에 앉아서 플레이하거나, 위시리스트에 등록할 그 장면이 필요했어요. 그걸 만들기 위해 처형 시스템을 만들었습니다."

"됐어. 다음 게임."
개발 중 가장 힘들었던 게 뭐였냐고 여쭤봤습니다. 자금 이야기는 "너무 허덕이는 부분"이라 배제하겠다고 하시더니, 예상 밖의 이야기를 꺼냈어요.
"스스로 욕심이 많았던 거를 버리는 거. 그게 가장 힘들었어요."
경영학과 출신에 게임 경력 제로. 팀원 전원이 첫 게임 개발인 상황에서, 대표님은 자신을 증명해야 했습니다. 2024년 경기 게임 아카데미(경콘진)에 선정된 것이 팀원들에게 보여준 첫 증명이었어요.
그런데 그 증명에 맛을 들였다고 합니다. 지원 사업은 다 지원하고 싶었고, 공모전도 다 나가고 싶었어요. 어딘가에 선정되는 것 자체가 좋았습니다.
"게임 개발자는 게임 개발이 1순위가 되어야 하는데, 거기에 좀 취했던 때가 있었어요."
마이크로 매니징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모든 걸 직접 확인하고 참견했는데, 시간 효율이 떨어지고 아트 담당도, 대표님 자신도 지쳤어요. 스토리도 혼자 쓰고 싶었지만, 자기가 봐도 재미가 없었습니다. 결국 클리셰를 받아들이고, AI의 도움도 받기 시작했죠.
결정적 전환점은 외국인 스트리머의 방송이었습니다.
누군가가 <HellPunk: Purgatorium> 데모를 발견해서 플레이했어요. 나름 시청자가 있는 방이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스트리머가 게임을 진행하면서 인트로와 튜토리얼이 너무 길다는 점을 계속 지적하더니, 결국 이렇게 말했습니다.
"됐어. 다음 게임."
결국 게임을 끄고 넘어갔어요. 당시 인트로가 거의 15분이었거든요.
"처음에는 조금 속상했는데, 생각해보니까 액션 로그라이트를 원하는 사람과 내가 좋아하는 스토리를 원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이더라고요."
대표님은 인트로를 20초로 줄였습니다. 15분에서 20초. 튜토리얼도 게임을 멈추고 스크린샷을 보여주는 방식에서, 플레이 중에 상단에 체크박스가 뜨는 방식으로 전면 교체했어요. 세계관도 축소했고, 의사결정 구조도 팀 회의 방식에서 대표님이 주도하고 최종 컨펌하는 구조로 바꿨습니다.
이전 1년간의 진행도보다 2026년 들어 4개월간의 진행도가 훨씬 크다고 해요. 욕심을 덜어내자 속도가 붙은 겁니다.

"공감만 이끌어낼 수 있다면 성공한 거다"
게임을 만들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을 물었습니다. 대표님은 두 가지로 나눠서 답했어요. 플레이어 앞에서는 "공감", 팀 안에서는 "명확한 전달"이라고요.
"저는 게임을 예술이 아니라 상품으로 봐요. 좋은 상품이란 결국 많은 사람의 공감을 얻은 상품이고, 게임에서 그 공감은 곧 재미예요. 얼마나 많은 사람이 내 게임의 재미에 공감해줬는가 — 그게 상품성이고, 저한텐 그게 좋은 게임의 기준입니다."
<데스 스트랜딩>을 예로 들었습니다. 택배 배달이 게임이 될 줄은 몰랐지만, 결국 그 재미에 공감한 사람들이 있었기에 상업적으로 성공했다고요.
"돌고 돌았지만, 결국 사람들이 느끼기에 재밌는 게임을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볼 수 있겠네요."
팀 내부에서는 파워포인트로 기획을 전달합니다. 애니메이션을 넣고, 버튼까지 할당해서 "여기 누르면 여기로 이동"하는 수준까지 만들어 넘긴다고 해요. 피그마도 써봤지만 아직 파워포인트가 더 손에 익는다고 합니다.
인디게임이란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이렇게 정의했습니다. "대기업에서는 할 수 없는 과감함을 가진 게임." <데이브 더 다이버>를 만든 민트로켓도 넥슨 자회사였지만 인디게임으로 인정받았다는 점을 들며, 핵심은 팀 규모가 아니라 의사결정의 자유도라고 했어요.
412호, 네 명의 작업실
사무실은 아담합니다. 아트 담당, 개발자 두 명, 그리고 대표님. 책상 네 개가 한쪽 벽을 따라 이어져 있고, 각자 모니터를 바라보고 앉아 있었어요. 누군가는 IDE 화면에 코드를 띄워두고, 누군가는 픽셀 아트 편집 도구를 열어두고 있었습니다.
방 가운데에는 화이트보드가 서 있습니다. 날짜별 일정, 작업 분담, 체크리스트가 빼곡해요. 한쪽 벽에는 <HellPunk: Purgatorium> 포스터가 한 장 붙어 있었습니다.

팀은 네 명 모두 본격적인 게임 개발이 이번이 처음입니다. 개발자 두 명, 아트 한 명, 그리고 대표님. 이 작은 방에서 같은 게임을 향해 움직이고 있어요. 대표님은 팀원들을 두고 "계속 좋은 인연으로 남고 싶은 사람들"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산나비 대표님과 같은 학교 출신이기도 해요. 학교 팀 프로젝트를 같이 한 적도 있다고 합니다. 지원 사업을 하면서 선배 대표들과 네트워크가 넓어졌고, 프로듀싱이나 퍼블리싱 계약 같은 부분에서 조언을 얻고 있다고요.
이 건물에는 어반오아시스 말고도 수십 개의 스타트업이 입주해 있습니다. 로비 벽면 지도에 적힌 팀 이름만 살펴봐도, 같은 층에서 게임·영상·아트를 다루는 팀들이 나란히 모여 있다는 걸 알 수 있어요.

가장 뿌듯했던 순간을 물었을 때, 대표님은 전시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사비로 도쿄 게임쇼에 작은 부스를 냈다고 해요. 대표님이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에 어떤 일본인 분이 게임을 플레이하더니, 손을 바들바들 떨면서 일본어로 "재밌어!" 하고 소리를 쳤다고 합니다. 대표님은 직접 보지 못했는데, 팀원들이 나중에 전해줬어요.
"그 얘기를 듣고 직접 그 사람을 보지는 못했지만, 너무 뿌듯하고 좋았어요."
지스타에서는 어떤 분이 갑자기 종이와 펜을 건넸습니다. 사인해달라고요. "나중에 유명해지실 것 같다"고 했다고 합니다. 처음 있는 경험이었어요.
"지금까지 잘해왔다. 유종의 미를 거둬라."
<HellPunk: Purgatorium>는 2026년 11월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잘 된다면 DLC도 계획 중이에요. 본편에서 유일하게 표면에 등장하지 않는 '나태'를 테마로, 탑 아래로 내려가는 지하미궁 형태의 던전 크롤러를 구상하고 있다고 합니다.
김현우: 이 게임이 완성되면 가장 먼저 뭘 하고 싶으세요?
지상우 대표님: 게임이 성공해서 자금 부담에서 벗어난다면, 팀원들이 원하는 경험을 시켜주고 싶어요. 저는 개인적으로 제주도를 걸어서 한 바퀴 걷는 경험을 해보고 싶어요. 이런 것처럼 팀원들도 자기가 해보고 싶었는데 기회가 없어서 못했던 게 있다면, 꼭 보상 차원에서 시켜주고 싶어요. 경험이라는 걸 되게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이라서요.
김현우: 지금 게임을 만들고 있는 자신에게 한마디 한다면요?
지상우 대표님: 지금까지 잘해왔다. 유종의 미를 거둬라.
김현우: 마지막으로, 이 게임에 관심 가져주실 분들에게 한마디 해주세요.
대표님은 잠시 생각하더니 답했습니다.
"어디서도 경험해보지 못한 호쾌한 액션을 보여드리겠습니다."
이번 주말, 이태원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HellPunk: Purgatorium>는 이번 주말 이태원에서 열리는 픽셀아트 온리전 '점집'에 참가합니다. 2026년 4월 25일(토)부터 26일(일)까지, 이태원 1289BUNKER(서울 용산구 이태원로 174 지하 1층)에서 30번 부스로 관람객을 맞습니다. 전시 운영 시간은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입장료는 10,000원입니다.

게임핑(GamePing)에서도 같은 기간 '점집' 온라인 전시회를 함께 개최합니다. 참여 크리에이터들의 작품을 미리 살펴보시고, 이번 주말 이태원 현장에서 직접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