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번 달은 점집에서 판매할 굿즈를 제작하고 데모를 개발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빴습니다🛌 행사 준비부터 행사 이후까지 정말 많은 일이 있었는데요, 이번 일지도 즐겁게 읽어주시면 좋겠습니다!
처음에 점집을 알게 된 것은 빗빛 작가님의 소개(항상 감사드립니다🥺) 덕분이었습니다. 굿즈로 제작할 작품을 찾기 위해 X계정의 미디어를 뒤져보는데 이게 웬걸, 커미션 작업물과 팬아트밖에 없지 않겠어요...! 당연하게도 최근 작품 활동보다 게임 개발에 집중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급하게 작품을 더 그리기보다는 개발중인 게임 [달리는 자들을 위하여] 테마의 부스를 열기로 결정했습니다.

덕후로서의 저는 코믹월드에서 존잘님들의 코팅택과 동인지를 구매하던 시절에 멈춰있었기 때문에 처음에 부스를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난감했었습니다. 다행히 조사를 좀 해보니 굿즈 종류가 더 다양해졌다는 것 빼고는 전통(?)을 잘 유지하고 있어서 크게 어려움을 겪지는 않았습니다. 게다가 요즘은 개인의 굿즈 제작 수요가 많아져서인지 포토샵/일러스트레이터 없이도 업체에서 제공하는 에디터를 사용해 쉽게 굿즈를 만들 수 있더군요. 그래서 저는 사이즈에 맞게 편집하고 일러스트를 그리는 정도의 작업만 하면 됐습니다. 코롯토 SD 일러스트를 정말 급하게 그렸는데 귀엽다고 해주시는 분들이 많아서 좀 더 많이 제작할걸 싶었습니다.

점집에 초대를 받았던 때가 작년 말이었으니, 점집에서 데모를 시연하겠다는 계획은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너무 넉넉해서 구독자 분들을 대상으로 선공개까지 가능한 일정이었습니다. 하지만 제 글에 계속 자신감이 없던 나머지 개발을 뒤로 미루고 스크립트만 만지작거리다보니 전시 2일차가 되어서야 겨우 프로토타입을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1일차 밤에 일단 게임이 1사이클 돌아가는 상태를 만들어 놓고도 너무 부끄러워서 완성하지 못했다고 둘러댈까도 고민했습니다만, 이 게임을 플레이하기 위해 찾아와주신 분들이 계신 이상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내놓기로 했습니다.

오전에 행사장에 도착해서 부스를 설치하고 긴장하며 관람객 분들을 맞이했습니다. 혹시 아무도 아무것도 사지 않아서 그냥 돌아가게 되지 않을까 무시무시한 걱정을 했는데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부스에 방문해주셔서 정말 기뻤습니다! 특히 첫날은 정말 많은 분들이 와주셔서 하루종일 손님을 응대하다가 4시경에 굿즈가 조기 소진되어 일찍 철수를 해야 했습니다.
굿즈를 많이 사주신 것도 물론 기쁜 일이지만 가장 좋았던 것은 역시 제 그림과 게임을 좋아해주시는 분들을 SNS가 아닌 현실에서 뵐 수 있었다는 점입니다. SNS에서 주시는 관심이 별로라는 투정을 부리려는 것은 아닙니다만, 실제로 살아있는 사람이 눈 앞에서 말하는 '좋아한다','응원한다' 같은 말은 정말 색다른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잠시 한가해질 때면 다른 부스를 방문할 수 있었는데요(자리를 맡아주신 즉흥연주님 감사합니다🥺), 서로 알고 있는, 알고 있지만 타임라인 너머로만 뵌, 그리고 모르는 창작자 분들과 실제로 뵙고 픽셀아트에 대한 대화를 나누는 것도 정말 즐거웠습니다. 좋아하는 창작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가더라구요. 부스 운영으로 기운이 다 빠진 것만 아니었다면 뒷풀이를 할 수 있었을텐데 정말 아쉽습니다.
마지막으로 디제잉 세션과 함께 고전 게임을 플레이 할 수 있는 리프레시 존도 쏠쏠한 재미가 있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철권 시리즈 중 5편을 직접 해보기도 했고, AVGN 리뷰로 봤던 그 유명한 게임보이 카메라로 사진을 찍어보기도 하고, 메갈로바니아나 데자뷰같은 유명한 곡을 따라 부르면서 즐거운 경험을 했습니다. 사실 리프레시 존이 지하에 있어서 의도치 않게 1열 직관을 하게 되는 바람에 게임을 플레이 하시던 손님을 잠시 두고 뛰쳐나가기도 했습니다(...)

게임 부스에 방문하셨던 분들은 아시겠지만 점집에서 데모를 플레이한 후 게임핑에서 피드백을 남기면 추첨을 통해 굿즈를 제공해드리는 이벤트가 있었는데요, 게임핑에서 이 피드백을 정리하고 해석한 보고서를 작성해 주셔서 이런 부분에 문외한인 저도 쉽게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저는 게임에 대해 자신감이 너무 없다보니 막연하게 게임을 혹평하시는 분들이 많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보고서에서 데이터를 객관적으로 해설해주시다보니 이런 불안이 진정될 수 있었습니다🥺 다시 한 번 게임핑에 감사드립니다.
이하로 점집에서 수집한 피드백 데이터와 그것을 바탕으로 생각해본 게임의 개선점, 그리고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부스 25는 응답 21건에 평균 만족도 4.66·평균 볼륨 3.95라는 흥미로운 두 숫자를 받았습니다. 만족도는 5점이 16명으로 압도적인데 볼륨은 3점이 7명, 1·2점도 각각 한 명씩 나왔습니다. 이 격차는 "이 게임이 좋다"와 "더 길게 즐기고 싶다"가 공존했다는 뜻입니다.
best_part의 절반 가까이가 "아트", "캐릭터 디자인", "UI 색감"에 관한 호평입니다. 그 뒤로 "타로처럼 카드를 뽑는 진행 방식", "선택에 따라 변하는 스토리", "주사위·랜덤 이벤트"가 차례로 언급됩니다. 텍스트 어드벤처에서 가장 위험한 "지루함"이라는 단어는 단 한 번도 등장하지 않았습니다. 시스템과 분위기가 분명히 작동하고 있다는 강한 증거입니다.
worst_part에서는 "분량이 짧다"가 가장 많이 반복되었고, 그 뒤로 "주사위 판정 기준 가독성", "선택지 다음을 예측하기 어려움", "시스템과 화면 동선의 정적임" 같은 인터랙션 디테일 의견이 모였습니다. 분량 피드백은 데모의 숙명이지만, 한 분이 적어주신 "이야기가 진행되는 장소(로드)는 동적인데 시스템은 정적이라 달리는 차라는 느낌이 들면 좋겠다"는 의견은 본편 UI 연출의 실마리로 삼을 만한 문장입니다. 신규 팔로워 27명은 8개 부스 중 두 번째로 높은 수치이며, 응답 수 대비 전환율이 128%입니다(응답자가 아니어도 부스를 지나며 팔로우한 사례 포함).
급하게 만들어서 분량이 적고 UI 폴리싱이 덜 된 상태임을 감안하고 봤을 때, 가장 주목할만한 피드백은 '시스템이 정적이라 여행을 하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는 의견이라고 생각합니다. 덱탑의 카드를 하나씩 뒤집으면서 이벤트를 마주하는 것이 저는 여행의 감각을 준다고 생각합니다만, 아무래도 일반적으로는 연상이 어려운 듯 합니다🛌

스크린샷은 게임 '인스크립션'의 네비게이션 맵입니다. 기존의 카드를 선택하는 진행방식 대신 이처럼 보드게임 컴포넌트처럼 보이는 말, 기호, 배경 장식이 있으면 보드게임과 여행이라는 컨셉이 한꺼번에 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외에도 많은 플레이어 분들이 UI 의 쥬스(UI 컴포넌트를 클릭했을 때 소리가 나거나 색이 바뀌는 등의 반응...인데 정확한 용어가 있는지 모르겠습니다)가 부족하다고 지적하셨는데, 저 또한 그것이 화면이 정적으로 보이는 데에 한 몫 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UI를 이렇게 세세하게 컨트롤하는 것은 알만툴로는 너무 번거로운 일입니다. 그래서 저는 고민을 해봤습니다.
알만툴로 게임을 만들 때마다 항상 드는 생각입니다. 소위 말해서 '쯔꾸르 감성' 이 있는 작품에는 마니아층이 존재하고, 그 분들은 게임의 편의성이 다소 부족하더라도 알만툴로 만들었다는 점을 감안해 주시는 편입니다. 하지만 그 쯔꾸르 감성에서 벗어나기 위해 커스텀 UI를 개발하다 보면 쯔꾸르가 아닌 일반적인 게임처럼 평가를 받기 때문에 더 높은 편의성을 요구받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아주 거칠게 표현하자면 동인 게임과 상업 게임을 바라보는 시선의 차이인 것입니다.
그래서 알만툴이 아닌 다른 엔진으로 개발을 진행하고자 합니다. 제가 이미 이 단계에서 너무 많이 방황했기 때문에 엔진을 다시 교체하는 결정이 구독자 여러분들께 실망감을 안겨드릴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 스스로는 게임이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고 생각하고, 예전과는 달리 우격다짐으로라도 데모를 시연하면서 많은 것을 얻었기 때문에 이번에는 더 크게 나아갈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염치 없지만 믿고 지켜봐 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저는 사회에서 뛰어난 픽셀 아티스트라고 인정받았습니다. 그래서 픽셀아트를 보여드리는 것은 부끄럽지 않지만 게임은 그렇지 않습니다. 저는 항상 제가 쓴 스토리가, 제가 만든 게임이 너무 오글거리고 별로고 재미없다고 생각합니다. 장편 게임을 만들 때 매번 스크립트를 쓰는 단계에서 개발이 늘어지다가 엎어지는게 이런 이유입니다.
그래서 점집에서의 경험은 아직도 제게 꿈만 같습니다. 점집에 입장료를 내고 들어와 제 부스에 오셔서 굿즈를 사고 게임을 플레이하고 저를 칭찬하고 응원해 주시는 분들이 실제로 계시다는 게 믿기지가 않습니다. 여러분은 저와 제 게임을 좋아해 주시는 건가요? 정말 그렇다면 저는 여러분께 삶의 많은 것을 빚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부스에 방문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여기서 얻은 용기와 응원으로 더 열심히 개발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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